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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스마랑병원 St. Elisabath

새잔차 2014. 5. 16. 12:08

 

이국 땅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곤란한 일 중 하나는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아플 때이다.

이 나라의 의료수준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아주 낙후되어 있기에

교민들의 경우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한국으로 가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가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집에서 넘어져 어깨를 좀 다쳤는데 통증이 상당하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물리치료를 좀 받아야 할 것 같았다.

 

해외에 있는 코이카 단원은 의료부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 있다.

그것은  'International SOS'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인데 

파견된 지역 의료상황을 잘 모를 경우에는

이 기관으로 전화하면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고 현지 병원 예약도 대신해 준다.


'International SOS' 로 전화를 하여 나의 상태를 설명하고 물리치료에 대한 도움을 요청했다.

 스마랑지역에서 추천해 준 병원은 'R.S. St. Elisabath'였고 예약 시간과 담당 의사도 안내 받았다.

 

Elisabath병원은 스마랑 교민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는 병원이였고 얼마 전에는 지인 문병차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St. Elisabath 병원의 위치는 Jl. Kawi  No1. Semarang인데

트랜스 스마랑 버스를 타고가서  Elisabath정류장에서 내리면 되기에

교통도 편리한 곳이다.


 

 

병원에 도착은 했지만 입구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안내처 청년에게 메모해 온 것을 보여주며 정형외과 위치를 물었다. 

나의 현지어가 어눌해서인지 금방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묻는다.

한국이라고 하니 갑자기 '안녕하세요'라고 말 한다. 

 

예상치 못한 한국말 인사에 어벙벙해 있는 나에게 그 청년은 미소를 띄며 친절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안내 해 준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하는 현지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갑작스런 한국어의 출현에 처음에는 무척 놀랐지만 한국 드라마의 영향이란 걸 알고는

한류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먼저 1층에 위치한 외래환자 접수부에 접수하려고 하니

접수부 여성이 먼저 번호표를 뽑으라고 한다.


외래 출입구 옆에 있는 번호표 기계는 우리나라 것과 좀 달라서 어떻게 표가 나오는지를 몰라 

한동안 기계를 보며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어디선가 친절한 사람이 나타나 사용법을 알려준다. 

 

 

번호표를 가지고 다시 접수부로 가서 SOS에서 알려준 의사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하니 병원카드를 하나 만들어 준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첫 병원카드이다.

그리고는 수부에서 계산을 하고 3층으로 가라고 한다.

아마 진료실은 3층에 있나보다.

 

3층으로 가면서 겨우 주변을 돌아보았는데

카톨릭 병원답게 예수님 그림이 여기 저기 보인다.

천정에 모자이크 느낌을 주는 둥근 원형의 인테리어가 로비 분위기를 따뜻하고 화사하게 만들고 있다. 

 

 

3층에 있는 305호 진료실 앞으로 가니 방에 불이 꺼져있다.

여기가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료실 옆 의자에 석고붕대를 한 사람이 보호자와 함께 기다리고 있어서 나도 의자에 앉았다.

환자들이 하나 둘씩 온다.

휠체어를 타고 손과 발에 부목을 댄 환자도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곳 전문의는 한 병원에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진료과에 따라서 의사의 진료 시간이 다르다.

나의 진료의사는 오후 5시부터 진료를 한다고 했다. 

 

 

예약 시간에 맞추어 왔지만 진료실 앞에는 이미 대기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상당하다.

내 번호는 11번이다.

 

 

대기하는 사람들 사이로 신문과 책을 파는 사람이 나타났다.

뭔가를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환자가 기다리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의미같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겐 항상 뭔가가 필요한 법이다.

아이디어가 좋다.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도 보인다.

 

신문과 책이 담긴 카트를 밀고 가는 판매인의 뒷 모습을 보니 장애인이였다. 

이곳에서의 장사가 병원의 배려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병원 분위기가 갑자기 따뜻하게 느껴진다.

 

 

진료의사가 도착했는지  비어 있던 팻말에 의사이름표가 내 걸렸다.

 

                                                                                                                                                                 

드디어 진료가 시작되었다.

예약을 했지만 한시간이나 넘게 차례를 기다렸다.                                                                              


 

에구...  부족한 현지어로 어떻게 나의 통증을 설명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머리 속에는 사용할 현지어들이 요동을 치고 있다.

 

담당의사는 정형외과 전문의 Tanto씨

인상이 무척 좋으시다.

 

 

진료실 안은 책상과 의자뿐, 다른 도구나 설비는 없다.

의사선생이 준비해 온 듯한 샌드위치 도시락이 책상 한쪽에 놓여 있다.

어설픈 인니어로 어깨가 아픈 것을 설명했는데...  의사가 이해는 했는지,  

물리치료 받고 싶다고 말은 했는데..... 

 

기다린 시간은 한시간이나 되어도 진료는 몇분도 걸리지 않는다. 

ㅎㅎ 나뿐 아니라 다른 환자들 진료시간도 짧다.

이건 우리나라랑 똑 같네...

 

처방전을 받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 진료비를 수납했다.  

전문의 진료를 받으면 우리나라의 특진처럼 진료비가 별도로 청구되는 것 같다.

 

약국 창구 앞에서 처방전을 넣고 번호가 불려지면 다시 약값을 옆 창구에 지불하고 

그 영수증을 약국창구에서 확인시키면 

준비된 약이 나오는데 이때는 약국 창구 위의 화면에 해당 번호가 뜬다. 

 

약은 받았지만 물리 치료는 시간이 늦어서 할 수가 없다고 다음날 다시 오라고 한다.

 

 

대기 번호표와 수납영수증

 

 

약을 받았는데 약 봉지가 마치 빵가게 봉지처럼 예쁘다.

병원에서 케익 한조각을 사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어제 접수한 곳에서 다시 접수하고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또 한명의 의사에게 다시 진료를 받으라고 한다. 

이 의사가 정확히 어느 부분의 담당의사인지는 모르지만 진료비를 별도로 낸 것을 보니 물리치료실 담당 전문의 인것 같다.

물리치료 담당의사는 여의사 였는데 진료 후 물리치료 실 앞 의자에서 또 한참을 기다렸다.

 

이윽고 내 이름이 불려지고... 물리치료실로 들어가 적외선치료, 저주파치료를 받았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물리치료실의 장비들이 상당히 빈약하다.

한국의 개인병원에 가면 다양한 치료를 해 주는데 여기는 종합병원 같지만

우리나라 시골 보건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물리치료를 하고 나니 통증이 좀 덜한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진료를 받고 나오니

이제야 병원의 이곳저곳이 눈에 들어 온다.


이 병원은 카톨릭계의 병원인데 스마랑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의 병원이다.

외래건물이 있는 쪽 반대 방향에는 입원 병동이 있다.

병원 중앙에는 초록색의 넓은 정원이 있어 공원같은 느낌도 든다.

초록 잔디를 보며 산책하면 환자들이나 보호자에게 좋을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공립병원인 웅아란병원은 시설이 엄청 열악한데

이 병원은 쾌적한 분위기를 가진 정원이 있어 호텔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분위기 좋은 정원이 있다고 해도

병원에 있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집에 있는게 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