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골목, 사람들
요즘은 건기다.
문을 나서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확 느껴진다.
강한 햇살을 피하려고 짙은 우산 밑에서 땅만 보고 걷는데....
우연히 본 하늘이 너무 파랗다.
아,
이 푸른빛.
한참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푸른 빛 속으로 내가 빨려들어 간다.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하늘 빛이 마음을 뒤흔든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 짙푸름
한국의 가을 하늘이 그리워진다.
여기서 지낸 시간이 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낮설던 것들이 점점 정겹게 느껴지는데.... 떠나야 할 때도 가까워진다.
미니버스 앙곳에서 내려 막 지나온 길이다.
처음 여기를 지날때는 지저분하고 어설픈 골목길이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거리가 되었다.
이 길은
조금 딱딱한 회색빛 담장길..
모퉁이를 살짝 돌면
초록 나무 가득한 녹색 길이 있다.
저기
길가에 아주머니가 아이를 보고 계신다.
곧 나랑 인사를 나눌 동네분이다.
왼쪽에 있는 이 집은 동네에서 상당히 큰 집이다.
일하는 사람도 있고...
운전기사도 있다.
차 나올 때 살짝 엿보니
집안에 나무도 많다.
집 가꾸는데도 관심이 많은 집인 듯한데...
꽉 닫겨진 이중 대문은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
저기 앞쪽에 흰색 벽으로 둘러 쌓인 곳에는 2층 연립 주택이 몇채 있다.
건축된지 얼마되지 않은 집들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여기가 모두 공터였는데..
얼마지나지 않아 집짓기 공사가 시작되어.
덕분에 이곳 사람들이 집짓는 과정을 처음부터 구경하게 되었다.
겨울이 없는 이곳은 집짓는 과정이 좀 단순하다.
2층집을 지어도 땅파기 없이 그대로 벽돌쌓기가 시작된다.
차곡차곡 쌓이는 작은 벽돌 한장이 그 벽의 두께가 되고 사이사이에 문을 달 공간을 비워두고...
벽이 세워지면 지붕을 만들고 문틀을 달고...
금방 끝날 것 같은 공사는 그래도 몇달이 소요된다.
<첫 주택이 완성되어 가는 모습의 사진>
걷기도 힘든 뜨거운 햇살아래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은 애처러웠다.
처음에는 일부러 눈길을 피하며 다녔는데 어느 순간 그들과 시선이 마주쳐서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슬라맛 빠기',
'슬라맛 시앙'
계속 되는 외국인의 인사에 그들은 내가 지나갈 때는 손까지 흔들며 반겨주었다.
모든 공사가 끝나 그들은 이제 이곳에 없다.
지금은 어디에서 또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뜨거운 태양열기 속에서 벽돌을 나르고 시멘을 바르며 일하던
그들의 미소가 생각난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부동산 경기가 뜨겁다고 한다.
이곳도 집값이 많이 인상되고 있다.
집짓기를 시작할때는 현수막에 판매가격이 300Jt로 붙어 있었는데 집을 다 지을 즈음에는 그 가격이 450Jt로 바뀌어 상당히 놀랬다. 가격인상이 너무 커서 이 집이 팔릴까하고 생각했는데 첫번째 집이 어느 정도 건축되자 곧이어 옆으로 다른 집도 연속해서 짓기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 입주해서 비어있는 집이 없다.
어떤 가격으로 입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연립주택에는 모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연립주택 옆을 지나 갈 즈음에 항상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길 주변에 살고있는 어린 아이들과 동네 아주머니들이다.
모두 손자 손녀를 키우는 할머니들이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고용된 사람도 있다.
매일 아침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이 부근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도 하고 서로 잡담을 하기도 한다.
이 길을 지나 다니는 나에게도 엄청 관심이 많다.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어디 사는지, 언제 왔는지.. 등을 묻는다.
관심이 많은 것이다.
이들의 입방아가 무서워 의식적으로 더 크게 인사하며 지나간다.
강한 햇살이 눈부셔 선글라스를 쓰고 지나가는 키다리 이방인이
어린아이들에게는 낮설고 무서웠는지
처음에는 거의 눈을 피하며 이상한 표정을 짓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 낮설음이 조금 덜한지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거나 가끔 먼저 손을 흔들기도 한다.
아이가 귀한 한국과 달리 여기는 어디서나 아이들의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는 인구가 많다.
사람들의 결혼 연령도 빠르다.
그렇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우리나라의 가족계획을 모방했는지
'둘이면 충분하다' 라는 슬로건을 홍보한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인사하는 장소를 지나가면 어디선가 닭울음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조금 두리번 거렸으나 이제는 닭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고 있다.
계단아래 빈공간을 이용하여 닭을 키우고 있다.
이 모든 풍경에 이제 난 너무 익숙해져 있다.
돌아갈 날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