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여행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드르(Borobudur)여행

새잔차 2014. 8. 11. 11:09

인도네시아에는 르바란(Lebaran)이란 휴가 기간이 있다. 

이슬람 달력으로 9월이 금식하는 라마단(Ramadan) 기간인데 이 기간이 끝날 즈음에

이둘 피트리(Idul Fitri)라는 무슬림 최대 명절이 포함된 시기가 르바란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때는 장기간의 공식 휴일을 발표하기에 1주 또는 2주 이상 휴일이 지속된다.

사람들은 이 기간에 친척들을 찾아 멀리 가거나 휴가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도로는 우리나라 명절 귀성 상황처럼 붐비고 관광지나 숙박업소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외국인들은 이때 일찌감치 여행 예약을 해서 멀리 떠나거나 아니면 집에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인데 아직 인도네시아어가 능숙하지 않는 K에게 한국서 여자 친구가 왔다.

 

 K는 갑자기 온 친구 때문에 좀 당황했지만

이 기간에 교통 상황이 힘들다고 멀리서 온 그 친구를 집에만 머물게 할 수 없어

고심 끝에 비교적 가까운 족자(욕자카르타)라도 여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차량을 구하는 것부터 모든 것이 평소와 달라 가격도 배로 비싸지고

차량 자체를 구할 수조차 없는 상황였다.

 

난 휴일동안 먹을 음식물을 잔뜩 사서 집에서 딩굴딩굴 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K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임대 차량을 겨우 연결 시켜주었는데..

자신이 인니어가 능숙치 않으니 함께 가는 건 어떤가 한다.

부담되는 요청이다.

인니어도 피차 일반이지만... 잘 모르는 남녀와 함께 여행한다는 게 맘에 걸렸다.

 

하지만 일전에, 여행 갈 기회가 있으면 함께 가자고 내가 먼저 한 말이 있었기에... 

또, 나도 인니어가 완전 초보였을 때 그 답답함이 생각이 나서

맘은 내키지 않았지만 동행하기로 했다.

 

 

 

족자 가는 도로는 예상대로 엄청 붐비고 정체상태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임대차 운전기사가 주변 지리에 밝아 빠르게 갈 수 있는 샛길을 알고 있었다.  

이 기사를 처음 보았을 때는

딱 벌어진 체격에 팔에 문신 자국도 보여서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는데...

웃는 모습을 보니 개구장이 같은 느낌을 줘 완전 반전이다.

 

사실 차량 여행을 할 때에는 어떤 기사와 함께 가는가에 따라

편안함과 불편함이 결정되는데 이번에는 재미있는 기사를 만난것 같다.

 

 

 

갑자기 사진을 찍어 당황스런 표정이지만

웃을 때는 무척이나 순진한 느낌을 주는 Hary 기사.

 

우리가 향한 첫 방문지는 불교사원, 보로부드르(Borobudur)다.

이 사원이 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이 사원 위에서 보는 일출이 멋지다고 해서

사원 안의 호텔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에 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몇번을 와도 일출을 본적은 없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주변도로에는 이미 차량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데

Hary는 그 줄에 서 있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을 예상했는지 옆에 쳐 놓은 차량 통제선을 무시하고 쭈욱 들어가서 어느 식당 앞에 차를 주차시켰다.

사원으로 입장하는데 우리가 오래 기다리지 않아 좋기는 했지만....

한국인들 주변에서 생활을 많이 한 탓인지.... 

인도네시아 기사치고는 좀 별나다.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매표소는 이전과 좀 다르게 바뀌어져 있었다.

.

 

명절 휴일여서 인도네시아 인들로 거의 인산인해라 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이 나라는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현지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차이가 난다.

보르부드르 사원은 특히 그 차이가 심하다.

내국인은 30,000Rp,  외국인은 190,000Rp

거의 6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들어가는 입구도 다르게 해 두었다.

 

 

한적해 보이는 외국인 출입구,

 

 

K와 그 친구는 쁘람바난(Purambanan) 사원에도 갈 예정여서 두 곳의 입장권을 함께 구입하면 할인이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리고 입장하기 전에 반드시 화장실을 가고 입구에 준비된 물도 갖고 가도록 했다.

 

여기는 여러 번 온 곳이어서 난 들어가지 않았다.

구경하려면 뜨거운 햇볕 아래 계속 걸어 다녀야 하기에 쉬고 싶었다.

두 사람이 입장 한 후에는 에어컨이 작동되는 이 건물에서 계속 죽치다가

끝내는 심심해서 부근 가게 구경에 나섰다. 

 

쁘람바난(Purambanan) 사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주변 상점들을 구경했다.

사실 이곳의 가게들은 모두 비슷비슷한 물건들을 팔고 있기에 살필 것도 별로 없다.

 

날씨는 덥고, 기다리는 장소는 마땅치 않고...

구경하러 들어간 사람들은 한참을 지나도 나오지 않는다.

문자를 넣어도 답이 없다.

쁘람바난에서는 기다리는데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두사람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도 좋아야 하는데 내가 힘들고 고생 되니까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타인의 여행에 도움을 주려고 동행했는데..

이제는 엄청 후회가 된다.

함께 동행하는게 아니였는데...

거절 했어야 했는데...

 

여행하는 내내 특이한 성격의  K의 여자친구 때문에 내가 힘들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그녀때문에

하루를 숙박하는 이 여행은 나에게 엄청 힘들었다.

 

내가 도와주기 위해 동행했는데

내 경비는 내가 다 쓰고

밥까지 사주고...

 

이렇게 할만한 사이도 아닌데...

물정 모르는 K가 한심스럽다.

앞으로 절대 이렇게 동행하는 일이 없을거라는 다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