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청화, 푸른빛에 물들다" 청화백자전시회
" 조선청화靑畵, 푸른빛에 물들다"
2014년 11월, 박물관을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된 국립중앙박물관 전시회
바로 청화백자 전시회다.
청화백자. 외국 여행 때 박물관은 거의 빠지지 않는 관광코스가 된다. 박물관에 들어가 구경하다 보면 항상 보이는 것이 청색도자기들이다. 일본, 동남아시아는 말 할 것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청색 그림이 그려진 접시나 항아리가 전시대 위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얀 도자기 위에 푸른 빛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들은 흰색과 청색이 주는 느낌만으로도 다른 전시물보다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런 청색그림의 도자기는 모두 중국에서만 제작했는 줄 알았는데 이 전시회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아름다운 청화백자가 있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유럽 귀족들이 그렇게 갖고 싶어 했다는 중국도자기. China라는 이름도 이 자기에서 나왔다고 할 정도로 중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청화백자는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 몹시 궁금했다.
도자기에 그려진 용의 모습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 왔다.
용 그림은 절대 권력인 왕을 상징한다는데..
어떤 도자기의 용이 가장 위엄있는 모습일까
전시회 사진을 올리면서 아주 오래전 처음 목포에 갔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농'의 그림을 보려고 무작정 어느 박물관으로 간적 있다. 그 지역 유명화가니까 당연히 그의 그림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들어갔는데 웬걸 그 곳에는 신안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유물들이 가득했다.
항아리, 합, 접시, 연적 등 아주 많은 도자기들이 그곳에 있었다. 깨어진 그릇도 있고 금 간 도자기들도 있었는데 꽤 완벽한 모습의 유물들도 보였다. 그곳 관리인이 남농 그림은 인근의 다른 미술관에서 전시한다고 알려줘서 도자기는 별로 관심도 없었는데 이왕왔으니 여기도 구경하고 가자는 마음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빨리 구경하고 나가려고 바쁘게 움직이며 지나가는데 학교 때 배운 당초문양 그릇을 발견했다. 알고 있는 무늬를 발견하게 되자 조금 더 유심히 전시물들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유물들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마음이 점점 답답해지는 것을 느꼈다. 학생때 배우기로는 우리나라 도자기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의 유산이라고 들었건만 정작 유물들을 실제로 보면서는 아무런 생각도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도 없었다. 대학땐 관련 강의를 들었는데도 모두 잊었는지 몇 가지 지식만 머리에 아른거리고 어떤 감흥도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오랫동안 바다 속에서 잠자고 있던 귀한 유물들을 힘겹게 찾아내 이렇게 대면하고 있건만 나는 이들이 가진 가치와 아름다움은 알지 못한채 그냥 눈으로만 스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물들에 대해 뭔가를 알고 느끼고 감탄하고 해야 하는데 난 단순하고도 무식한 구경꾼에 불과했다. 어떤 멋진 상대를 만났는데 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그가 지닌 아름다움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한 상황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문화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다. 관심은 있지만 수준있는 대부분의 유물은 주로 서울서만 전시되고 있어 지방은 실물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고 변명해 본다. 하지만 이제 도자기에 대해서 좀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바뀌면서 왜 갑자기 청자가 줄어들고 분청사기와 백자로 많이 만들어졌는지도 궁금하고 자기 제조방법도 자세히 알고 싶어진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낀 만큼 보인다는 말이 이번 청화백자 전시회를 보면서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조선시대 한 문인의 글 속에 들어 있다는 문구가 생각난다.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새로운 안목을 갖고 싶은 나에겐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이 문구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공부하고 찾아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