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여행

길고도 긴 다리 Chesapeake Bay Bridge–Tunnel

새잔차 2016. 3. 4. 16:19

군산에서 돌아오면서 새만금방조제 위를 지나갔다.

시원한 바다를 보면서 자동차로 달리는데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다.

파아란 바다가 옆으로 보이지 않았다면 방조제가 너무 길어서 지루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방조제 위를 지나는 건 다리 위를 지나는 것과 느낌이 다르다.

마치 바다 위를 지나는 듯하지만

사실은 땅위를 지나는 것이기에

편안하게 지나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다리인 인천대교를 처음 지날 때는

좀 두려웠다.


지금은 여러 번 지나다니기도 했고 또 이제는 통행량이 많아 보통의 6차선 도로와 같은 느낌을 받고 있지만

그곳을 처음 지날 때는

영종대교를 지날 때와 좀 다른 별다른 느낌을 받았다.


인천공항을 나서면

곧 나타나는 거대한 다리

멀리서 보이는 인천대교의 첨탑은 대단하게 보였다.


손님 없는 버스 제일 앞좌석에 앉아 다른 무엇의 방해도 받지 않고 커다란 차창 그대로 보아서인지

아니면 차가 한두 대밖에 보이지 않는 훤하게 넓은 도로 때문이었는지

차가 케이블이 달린 다리의 주탑 부분을 향해 올라 갈 때는

경사도가 느껴지며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일까

어떤 긴장감이 전해져 왔다.


긴 다리를 지나 갈 때는

오래 전 미국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지도 모른다.


버지니아 주 노폭(Norfolk)부근에 있는 그 길고도 긴 다리.

체서피크 베이를 가로질러 델마바 반도와 버지니아 비치를 연결하는

체서피크 브리지 터널(Chesapeake Bay Bridge-Tunnel, Lucius J. Kellam Jr Bridge-Tunnel) 다리이다.






그 다리는 정말 길고도 길었다.

그떄 우리나라엔 자동차로  5분 이상 달릴 수 있는 그런 긴 다리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는데

그 지역에서 공부하고 있던

한 유학생이 20Km가 넘는 길이의 다리를 구경시켜 준다고 해서

따라 간 것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그 때 그 유학생이 다리 길이를 말했을 때

문득 대구-왜관 거리가 떠올랐다는 거다.

대구에서 서울 방향으로 가다보면

고속도로 표지판에 왜관 00Km  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다리길이가 그 길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왜관까지는 고속도로로 달려도 30분정도가 걸리는 거리인데  

다리 길이가 도대체 얼마나 긴 건가


당시는 거리 개념도 휘황했고 

버지니아라는 그 지역도 아주 낯설어서

어디가 어딘지를 분간도 못하는 지경이었기에 20Km가 넘는 그 다리 길이는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되는 건

끝없이 계속 되는 일정한 모양의 다리 난간과

짙은 회색빛의 하늘만 눈에 들어 왔다는 거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는 없고

잿빛 구름으로 뒤 덮인 회색 도로는 수평선과 하늘의 공간이 구분되지 않았다.

마치 자동차는 정지해 있는데

똑 같은 다리 난간만 기계적으로 지나가고 있는 듯 했다.


바다 위를 달려가고 있었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건 암울한 회색 공간뿐이었다. 

이런 광경이 계속 되니

앞으로 나가는 차는  마치 하늘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어떤 두려움이 안개처럼 다가 와서

자동차 안은 조용해지고 침묵이 흘렀다.


알 수 없는 답답함이 스치면서 이 끝없는 다리가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그 다리는 하염없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익숙하지 않는 사람과 차를 타고 있었고

또 길고도 긴 다리를 처음 경험하는 그런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다리의 해저터널은 어땠는지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너무 오랜 전 이야기 인가?

하지만 그런 경험이  지금도 높고 긴 다리를 지나 갈 때면 되살아난다.






체서피크 브리지 터널(Chesapeake Bay Bridge-Tunnel, Lucius J. Kellam Jr Bridge-Tunnel) 다리는

미국 버지니아 주 체서피크 만 입구를 횡단하는 총 연장 37킬로미터의 도로이다. 

북쪽의 델마바(델라웨어·메릴랜드·버지니아 주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라고 함) 반도와 남쪽의 버지니아 비치를 연결하는

길고도 긴 다리이다.

중간에 배가 지나 갈 수 있도록 해저 터널로 연결 되어 있어

미국의 명물 다리이다.


공식적인 명칭은 루시어스 J. 켈렘 주니어의 이름을 따 명명한 Lucius J. Kellam Jr. Bridge-Tunnel이고

처음 개통된 시기는 1964년 4월 15일이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2억 달러를 투자하여 현재는 왕복 4차선 다리로 확장 되어 있다.

내가 이 다리를 지나갔을 때는 1995년 이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