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목련꽃 아래서
새잔차
2018. 3. 17. 16:28
아파트 현관 앞에 목련나무 한그루가 있다.
평소에는 거기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잊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풍선 같이 부푼 하얀 목련꽃이
눈에 띄면
아 이제 봄이구나 하고
나는 그 나무에 시선을 준다.
올해도 따뜻한 햇살을 느끼며
현관으로 들어가는데 목련꽃이 눈에 들어 왔다.
하얀 목련이 개화한 것이다.
며칠 전 이 목련나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정없이 전지 당했다.
겨우 원줄기만 남은 볼품없는 모습에 가여운 생각마저 들었는데
그 하나 남은 줄기에서 희고 탐스런 꽃봉오리가 터뜨려진 것이다.
본능적 생명력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사정없이 전지 당해 사라진 동료를 위한 몸부림이랄까
목련 한 송이에 담긴 우아한 순백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다.
목련이 피어 있는 시간은 무척 짧아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 이미 꽃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가슴 떨리는 그 순백의 고고함은
금방 흙빛으로 바뀌어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만다.
떨어진 꽃잎은
이미 땅에게 추하게 짓밟혀지는 거다.
목련의 개화조건이 어떤지 잘 모르지만
추운 12월인데도 솜털 송송한 봉오리를 여문 채 서있는 나무도 보았다.
그 봉오리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걸 보지 못해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었다.
오랜 소망이 담긴 꽃망울이
그 머금은 향내를 드러내는 순간
목련 꽃은 피어난다.
하지만,
짧디짧은 화려함의 순백 꽃잎은 금방 색이 변하여 우수수 떨어진다.
이 꽃잎들이 떨어지기 전
달빛 머금은 목련을 보며
코끝에 다가오는 그윽한 냄새를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