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여행

자카르타근교 뿐짝 차밭, 구눙마스Gunung Mas

새잔차 2014. 7. 2. 00:00

 

수질이 좋지 않은 인도네시아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차를 많이 먹는다.   커피 생산국이지만 세계 7위의 차 생산국이기도 해서인지 이들은 커피보다는 차를 더 즐기는 것 같다.   큰 규모의 슈퍼마켓에 가면 다양한 차들이 즐비한데 우리나라에는 볼 수 없는 차들도 많다.  

 

한국에서는 보성, 지리산 부근, 제주도 등 주로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차가 생산되는데 비해  여기 인도네시아는 고산지대로 가면 차밭이 많다. 

뿐짝은 서부 자바지역에서 유명한 차 생산지이다.

 

대규모 차 생산지인 뿐짝의 구눙마스를 가 보았다.  뿐짝으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에 있다.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인지 들어가는 입구에 커다란 조형물을 설치해 두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샀는데 입장료가 얼마였는지.... 10000Rp???

매표소를 지나니 옆으로 차 밭이 보였다.  

사방 모두가 차밭이다.

 

 

일단은 그대로 직진해서 계속 위로 올라가니

제8 차공장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런 차공장을 전국에 여러개를 운영하는 것 같다.

 

 

차갤러리 표시가 보인다. 

저 갤러리에는 뭔가 볼 것이 있을 것 같다.

 

 

잔뜩 기대하고 안으로 들어 갔는데 

완전 실망... 실망..... 아무 것도 없다. 

이곳은 이전에는 차를 제조하는 과정을 견학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 했다고 한다.

휑한 공간에 몇장의 사진만 벽에 걸려 있다.

 

 

벽에 걸린 몇장의 사진 속에는 '차의 역사'라는 제목의 사진이 있었다.  액자하나로 차의 역사를 말하다니... 간단해도 너무 간단하다.

이 나라는 역사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는 나라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역사'라는 이름의 사진이 있다는 것은 그래도 반가운 일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오래전의 사진이다. 1910년에 이미 여기에 차 생산 공장이 존재했다.  당시에는 교통이 발달되지 않아 여기까지 오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지금도 여기는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온 상당히 높은 지대인데...

 

 

 

차공장에서 일하는 당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눈에 띈다.  피곤한 표정으로 카메라 쪽을 응시하는 어린 여성들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그 때부터 저 어린 여성들이 차나무 잎을 따고 가공하고 만드는 일에 종사 한 모양이다.  힘든 노동에 고단한 듯, 그들의 지친 모습이 사진에서 그대로 전해져 온다. 

 

 

갤러리에는 쉴 수 있는 의자와 카운터가 설치되어 있고 선반에는 이 곳에서 생산되는 여러가지 차가 진열되어 있다.  찻잔도 잘 정리되어 놓여있다. 

 

이곳의 차도 한번 맛보아야지...

카운터 옆에 유니폼을 입고 서 있는 젊은 아저씨에게 차를 먹을 수 있는가고 물으니 무료로 시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큰 차 밭에서 차 한잔 주는 인심이 없다면...

 

 

홍차를 한잔 주문했다.   작은 흰색 찻잔에 담아 준 차의 색, 향 그리고 맛을 음미해 본다.

 

 

  녹차를 다시 한잔 주문하여 차 내리는 과정을 보고 있는데...     으잉.... 이 아저씨 정말 인도네시아인이네....  바닥에 놓은 흰색 다관에 엽차를 넣고 차를 우리는가 했는데...   

찻잔에 차를 따르는 방법이...  좀..  그렇네... 위생적 면이 좀... 

찻물을 잔에 따르는데.... 다관의 바닥을 그대로 이용해서 따르네.... 에구구.. 

아저씨!  다관을 이렇게 사용하는 경우라면 다관을 그냥 바닥에 두지 말고 쟁반에라도 받쳐둬야죠....

 

 

아저씨 표정은 열심과 정성을 다하는 듯했지만... 

맛을 느끼기 보다는.. 

좀 안타까운 마음이...

 

 

그런데 여기서 생산되는 차에 대해 아저씨와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눈에 띈 차가 있다.  바로 Teh putih(백차: White tea )라는 차였다.

 

차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학교 연구실에서 녹차를 자주 마시고 대접도 했기에 

하동에서 가져온 우전차 맛도 알고 세작과 중작도 가릴 정도는 되는데...

Teh Putih는 처음 보았다.   

 

 

 

구눙마스 갤러리에서 Teh putih를 보았을 때는 우전차와 같은 고급차를 인도네시아에서는 Teh putih라고 부르는가 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을 올리면서 백차에 대해 찾아보니... 같은 듯하면서도 조금 다른 듯 하다.

 

백차(白茶)는 솜털이 덮인 차의 어린 싹을 덖거나 비비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건조시켜 만든 차라고 한다.   어린 싹은 백색의 솜털이 덮여 있기에 차에서 은색의 광택이 나며, 향기가 맑고, 맛이 산뜻하단다 .

 

 

 차는 같은 차나무에서 생산이 되어도 언제 어떻게 따고 처리하여 제조 하는가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진다.

발효하지 않은 차는 백차, 녹차이고, 오룡차는 60~70%, 황차는 85% 부분발효 차이고, 홍차는 95% 이상 발효된 차이다.  보이차는 발효하지 않은 차를 다시 발효시킨 후발효차이다.

 

어떤 차잎을 어떤 방법으로 제조 하는가에 따라 차는 향기, 색깔, 맛이 달라지고 가격도 달라진다   

 

 

내가 사랑하는 차는 단연 우전이다.

차 맛도 잘 몰랐던 오래 전 그 어느 날엔가... 한 멋진 사람이 맛보라고 건네 준 우전차.

당시에는 엄청 귀한 차였는데..  그 우전차의 진가도 모르고 그냥 처음부터 그 맛에 길들여져서... 

다른 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냉대를 했다는 그런 차 이야기가 나에게 있다...

 

 

우전차는 일단 빛깔이 좋고 향과 맛이 일품이다.

한 잔의 차가 입안으로 들어가면

은은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듯하기도 하고... 고소한 듯도 하면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그 맛이 청아하게 퍼져가는 그 기분.

우...  다시 마시고 싶다..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돌돌 말린 연한 찻잎이 물을 품으면서 기품있게 사르르 풀리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다. 

 

 

으음.... 다시 우전차를 음미할  순간이 슬며시 기다려진다.

 

 

돌아가면...

하동 차밭에 가 보고 싶다.  

불현듯 생각나는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그 하동길을 걷고 싶다.

 

 

이곳은 열대지방의 차밭이다.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연중 내내 찻잎을 딸 수 있다.

 

 

일년내내 따니까 수확량이 엄청 많을 것이고... 수출도 많이 할 것 같다.

생산은 많이 해도 인도네시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차가 없다.

우리나라 차도 우리가 마시면 좋다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아직 명성이 없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을 좋은 차를 많이 생산하면 좋으련만...

햇살 가득한 싱그로운 차밭이 차향을 풍기 듯 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