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랑에서 지낼 때
SKB 직업훈련원 사람들과 함께 상가집에 간 적이 있다.
아침에 출근해서 책상 위에 가방을 놓아두는데
기관장인 Agus가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직원들에게 상가집에 가자고 말하는 거다.
다른 직원들을 둘러보니 그들은 이미 외출 차림새를 하고 있다.
모두들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오늘 상가집에 가는 걸 미리 알고 있었는 듯하다.
속으로 사무실에 혼자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기관장이 나를 쳐다보면서 함께 가자고 권한다.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갈 자리인가
잠시 머뭇거리면서
누가 상을 당했는지 옆 직원에게 물어 보았지만
사무실 사람들 외에는 잘 파악하지 못하는 내가 이들이 말해주는 이름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역부족이었다.
누구네로 가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지만
또 하루종일 이들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걱정도 되었지만
인도네시아인이 살아가는 삶의 한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따라 나섰다.
그런데 직원들과 함께 좁은 차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야릇한 땀내가 확 풍겨온다.
갑자기 후회되었다.
도중에 내려 달라 할까 어쩔까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차는 이미 유료도로 위로 접어들었다.
누구 집으로 가는지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모든 것을 그들에게 맡긴채 따라 갔다.
도심을 벗어난 차는 시골길로 들어선다.
내가 알고 있는 지역은 이미 벗어났다.
주변이 낮설다.
한동안 도로 위를 달리던 차는 무슨 일인지 멈춰선다.
앞의 차들도 길게 줄을 서서 움직이질 않는다.
여기 저기 웅덩이가 패인 도로 위에 차들이 길게 서 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간다.
차가 오랜시간 멈춰 있는데도 아무도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덤덤하다.
도로 망이 좋지 않는 이곳에서 이런 일은 빈번하다.
한동안 그대로 기다리던 차는
정체된 길을 피해 가려는 것인지 방향을 꺽어 먼지가 펄펄나는 사잇길로 들어간다.
좁은 길 옆으로 농가들이 서 있고
집들 뒤로는 넓게 펼쳐지는 논과 밭이 보인다.
길은 울퉁 불퉁 비포장이다.
처음에는 파란 농지를 유심히 보면서 눈에 담았지만 계속 달리니 똑같은 풍경만 보이고 지루하다.
몸이 피곤한지 눈이 저절로 감긴다.
가느스름 눈을 뜨니 넓은 논 사이로 물길이 보인다.
꽤 큰 수로 같다.
차는 수로에 다가가서 그 옆 둑길을 덜커덩거리며 간다.
어디까지 가는 건지 또 한참을 간다.
갑자기 수로의 폭이 강처럼 넓어지더니
강 안에 시멘으로 만든 시설물이 나타났다.
저건 뭔가
호기심이 일어 옆에 앉은 엘라에게 물어 보려니
그녀도 눈을 감고 졸고 있다.
차를 멈추고 나가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것 같아
그냥 지나며 볼 수 밖에 없다.
윗쪽으로 건물도 있고 물막이도 있는 것을 보니
물을 이용하기 위한 댐인 듯하다.
전기 발전이 일어나는 시설인지 울타리 안에 전기회사 이름이 표시된 간판이 보인다.
작은 댐 위를 지나
또 다른 지역으로 들어서니 겨우 포장도로가 나왔다.
포장도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엉망인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비포장보다는 덜 덜컹거린다.
한참을 가더니 차가 멈춘다.
방문하는 집 위치를 잘 몰라서인지
앞 자리에 앉았던 Agus가 직접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길을 물으면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인들은 무척 친절하게 답한다.
이곳 사람들은 더 친절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아저씨는 길을 돌려서 따라오라고 안내해 준다.
친절한 그 지역 사람들의 도움으로 겨우 겨우 상가집을 찾아 갔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벌써 3번째의 상가집 방문이다.
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인지
죽음도 자주 접한다.
사무실로 돌아 온 후에야 그 지역 이름이 Purwodadi 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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