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창

통영에서 만난 화가, 전혁림

새잔차 2016. 1. 13. 20:52

긴 겨울이 끝나고

봄 볕이 따사롭게 느껴지던 2015년 3월 어느 날 

푸른바다를 보러 통영으로 갔다.

 

충무교를 지나 통영케이블카 쪽으로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미술관 표지판

'전혁림미술관'.

전혁림이란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통영에서는 이름있는 화가이고

개인미술관을 세울 정도의 화가라면 상당한 수준일 것 같아

미술에 대한 안목도 높일 겸 찾아 갔다.

 

 

 

 

조그만 산 옆에 위치한 미술관의 외양은 여느 미술관과 좀 다르다.

주택을 개조 한 건가하고 생각했는데

화가가 오랫동안 살아 온 집을 헐고 새롭게 신축했다고 한다.

 

처음 눈에 들어 온 건물 외양은

무척 화려하다고 느꼈는데 외벽에 타일이 많이 붙어져 있다.

 

화가 전혁림은 그 아들도 서양화가여서

아버지와 아들은 나란히 자신들의 작품을 미술관 건물에 타일로 표현했단다.

 

사용된 세라믹 타일은 7500개 정도라고 하는데

사전 지식이 없어서 처음에는 그 타일들을 자세히 보지 않고

건성으로 지나갔다.

 

 

 

 

 

 

미술관에서 주는 안내지를 읽어 가면서

이 미술관에 대해, 그리고 전혁림(1915~2010) 화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통영에서 태어난 화가는 1929년 통영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30년 통영수산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 후에는 진남금융조합에서 일하면서 독학으로 미술에 입문했다니

그 열정이 대단했는가 보다.

 

그 후 1938년 부산미술전에 「신화적(神話的) 해변」, 「월광(月光)」등을 출품하여 입선하면서

부산과 경상남도 지역의 신진 서양화가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미술관 1층으로 들어 가니 커다란 이국적 그림이 눈길을 끈다.

 

추상화여서인지

피카소 그림에서 본 것 같은 익숙한 선들과 청색조의 색상이 많이 보인다.

 

 

 

커다란 그림들을 보노라니 

시원함과 함께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차 있어 감상하는 이의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전혁림 화가는 1990년대 즈음에 

민화나 단청 속에 들어가 있는 전통 색채와 선, 문양을 소재로 하여 

우리 고유의 색채를 현대적으로 재조명했다니 

아무래도 그의 작품에서는 우리의 전통 색채가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한 것 같다.

 

 

 

 

 

큰 그림들과 달리

도자기에 그린 작품들과 작은 접시의 그림도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 온다.

 

 

 

추상화는 시대를 가로지르는 공감을 만드는 건지...

그림 앞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 진다.

 

 

 

1930년 16세의 약관에 미술에 관심을 갖고 독학으로 그림을 시작하여

2010년 5월 96세로 사망할 때까지 그림을 그렸으니

이 화가는 80년이란 참으로 오랜 시간동안 그림을 그렸다.

 

해방되던 해에는 통영 출신 문인 유치환, 윤이상, 김춘수 등과 함께 통영문화협회도 만들며

국전에 출품도 많이 하였지만 

계속 통영과 부산에서만 활동해서인지 지방 화가로서 이름없이 지냈다.

 

예순이 넘어서야 그의 그림은 조명받기 시작해서 뒤늦게 유명화가가 되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평생했으니

아마도 그림그리는 동안 마음은 언제나 행복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