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라 여행

네덜란드: 유명한 꽃 축제 '큐켄호프(keukenhof)'

새잔차 2016. 3. 18. 23:34

봄이다.

겨울의 긴 잠 속에서 나무는 기지개 켜고

꽃들은 햇살 받으며 봄 내음을 풍긴다.


현관 앞 목련이 소담스럽게 피기 시작한다.

이제 담장 사이로 조금씩 가지를 내미는 개나리도 곧 노란 소식을 전 할 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씩 꽃들이 피기 시작하는 봄에는 

네덜란드의 꽃 축제 '큐켄호프(keukenhof)' 가 생각 난다.


4월에 진행된 네덜란드의 꽃 축제는

까마득히 넓은 들판이 온통 튜립으로 뒤덮여 있는 튜립밭 부근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온 누리에 가득한 튜립의 세계.

그때 찍은 사진을 찾아 보며 큐켄호프를  생각해 본다.




'큐켄호프(keukenhof)' 축제장으로 가는 길 옆에는

거대한 튜립 꽃밭이 자리하고 있어 마음이 설레였다.





화려한 꽃들은 무지개 선들처럼 서로 다른 색들을 만들어 주어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환호성을 지르게 했다.



질서 정연한 튜립 꽃밭은

차례를 기다리며 한줄 한줄 모양을 만들어

아름다운 그라디에이션이 들어간

태피스트리(tapestry)를 짜 놓은 듯 눈부시게 화려하다.     






꽃 송이 하나하나에는

작은 난장이가 숨어 있는 듯 


금방이라도

빨간 모자 소녀와 늑대가 불쑥 나타날 것 같다.






꽃 축제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 마음 속에는 어떤 기대가 있을까

함께 웅성거리며 Keukenhof 축제장으로 들어 간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입구의 줄은 끝도 없다.







화려한 꽃들이 아우성을 친다.

자기에게 다가오라고..






여기로 가면

저기서 오라고 하고






저기로 가면

또 다른 곳에서 오라고 꽃들이 아우성이다.







눈부시다.

화려하다.

수 백 송이의 꽃들이 내 뿜는 그 스펙트럼에 내가 취할 것 같다.





꽃이 너무 많아서인가.

색이 너무 많아서인가.


꽃과 색을 쫓아 여기저기 다니노라니

살짝 어지럼증도 느껴진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감탄사가 연이어 나온다.

꽃 요정들이 만드는 환영(幻影) 속에서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꽃들에게 이끌려 이리저리 다니다가

의자에 앉아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질서 정연하게 모여 있는 축제장 밖 튜립 꽃밭과 달리

축제장 안의 꽃들은

미인 경연대회에서 온갖 치장으로 미모를 뽐내는 화려한 미녀들처럼

서로 경쟁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차 한잔을 마시며 찬찬히 살펴보니

이 화려함은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고

그 안에는 네델란드 사람들의 미의식과 함께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상업적 의식이 숨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수많은 꽃들을 보다가 보니

문득,

그 어떤 꽃도

초록이란 배경에서 벗어 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의 아름다움은 잎이 배경이 될 때

그 아름다움이 더 잘 전해지는 것 같다.


초록색이 이토록 다양한 꽃의 모든 색을 다 수용하고 있다는게 참으로 대단하다.

초록 색이 없다면

우리가 꽃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까



이제는 꽃과 함께 뒷 배경 색도 살펴보는 여유가 생긴다.




수 많은 튜립 속에서 한동안 다니다 보니 

처음 큐켄호프 축제장으로 들어 올 때의 흥분은 사라지고

점점 시큰둥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큰 기대를 하고 왔는데

꽃 자체가 지니는 아름다움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

온갖 색이 가득한 튜립밭이었지만

축제장을 떠날 때는

아쉬운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인근 튜립밭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요란스럽게 장식되는 꽃보다

편안하게 모여 있는 그 자제가 아름답다.


네덜란드는 줄지어 재배되는 튜립밭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큰 관광자산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