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바야 역에서 여행사 사람과 만났다.
인상이 무척 좋다. 말도 조용 조용하게 하고 영어도 잘 한다.
조금 늦게 도착한 것을 사과 한다.
교통정체가 있어서 늦었다고...
이름은 Denny,
우리를 위해 운전을 담당한다.
이 분의 좋은 인상은 여행 끝날때까지 계속되었다.
우리가 타고 갈 차는 아반자보다 큰 '이노바'다.
4명이 앞 뒤로 자리를 편하게 잡고..
기분 좋게 이젠으로 출발....
Surabaya- Gempol Tol을 타고 동쪽으로 갔다.
휑하게 가던 차가 속도를 줄인다. 수라바야도 도로가 정체 되는 모양이다.
옆으로 수라바야에서 제일 크고 유명하다는 이슬람 사원이 보인다.
꼭대기에 초승달과 별이 달린 유난히 뾰족한 첨탑,
menara라고 부르는 이런 첨탑은 이슬람 사원의 특징이다.
이 사원의 이름은 Masjid Nasional Al-Akbar Surabya (MAS),
청색 돔형 지붕이 독특해 보인다.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광채가 상당하다.
차는 Tol 을 빠져 일반 도로로 진입했다. Bangil, Pasuruan을 지나간다.
브로모로 가는 도시인 Probolinggo도 지나고... 계속 가는데...
갑자기 차가 정체된다.
무슨 일인가
이유도 모른채 우리는 오랫동안 정지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런일이 다반사여서 그냥 기다리는데 반대편 차선에는 차들이 슝슝 지나간다.
한참 그런 상태로 서 있는데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는 차가 있다.
경찰 차다.
좁은 차선 옆을 비집고 지나간다.
좀 지나니
앰블런스도 지나간다.
아이쿠....
이건 분명 어떤 사고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전진해 가니 큰 트럭이 하늘을 향해 바퀴를 내밀고 있다.
우와... 대형사고다.
사고 지점을 슬쩍 보니 파손 정도가 대단하다. 사람도 다친건 아닌지.. 걱정된다.
인도네시아에는 인명피해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내가 아는 현지인들도 몇명이나 교통사고로 생명을 잃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이런 차량사고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차를 운행하는 Denny는 아주 조심스럽게 운전한다.
정말 다행이다.
우린 좋은 가이드를 만난 것이다.
차가 정체되는 바람에 조금 늦게 점심식사를 하고
그리고 차는 계속 1번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갔다.
도로 양쪽에는 벼가 익어가는 논들이 끝없이 노랗게 이어지고 있고,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한참을 달리는데... 갑자기 호수 같은게 멀리 보였다.
동부자바에 이렇게 큰 호수가 있었나 생각하며 자세히 보니 커다란 배 같은 게 보인다.
호수 위에 이렇게 큰 배가 떠다니.... ㅋㅋㅋ 이건 바다였다.
호수? 바다? 우리가 순간적 혼란에 빠졌있을때 Denny가 알려 주었다.
모두 속으로 살짝 웃었다.
이젠으로 가는 길은 내륙으로 들어간다고 우린 어림짐작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우리가 가는 길은 바다에서 가까운 도로였다.
석양이 지면서 바다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왔다.
바다를 보며 즐거워 하는 우리들에게 Denny는 내일 다시 이길을 지날테니 너무 아쉬워 말라고...
석양을 보며 지나가는 이 지역은 빠사르뿌띠(pasar putih).
일몰과 더불어 시시각각 변해가는 바다의 모습은 아련한 그 무엇을 던지고 있다.
차 안에서 계속 셔터를 눌렀다.
Denny는 어느 바닷가에서 잠시 멈추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위의 집들은 무엇을 위해 만들었는지...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한 후 다시 차는 달렸다.
해안가를 달리던 차는 Banyuwangi 표시가 한번 보이는 듯 했는데 내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씩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우리는 사탕수수가 가득한 밭들을 계속 지나고 있었고 길 한쪽에는 화물칸에 사탕수수를 높게 쌓아 올린 트럭들이 줄줄이 정차해 있는 모습도 보았다.
길에 점차 건물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는 도로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이 점점 어둑해지고 우리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할 때가 되어서 Denny는 어떤 인도마렛 앞에 차를 세웠다. 여기가 마지막 상점이니 필요한 것 있으면 사야 한다고..
다시 출발할 때는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길옆 사탕수수밭 외에는 주변에 보이는 것이 없다..
그래도 차는 계속 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을 오직 전조등만 의지해서 가다보니 차안이 조용해졌다.
살짝 잠들기도 하고... 모두 피곤한 상태.... 그래도
Denny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롭게 운전하고 있었다.
평탄하던 도로가 끝나고 심하게 패인 길들이 나타나자 차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운전하고 있었지만 큰 웅덩이 같은 굴곡 심한 길을 지날 때는 차가 요동을 쳤다.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구불 구불한 길이 나왔다.
어둡고 험한 길인데도 부인과 아이, 짐까지 잔뜩 싣고 가는 오토바이가 옆을 지나간다.
동네가 잠깐 보이는 듯 하더니 다시 산길이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길이다.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나무들을 보니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거의 한시간 이상을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만나지 못했다.
이젠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별빛에 마음을 뺏겨 흔들리는 창문에 몇번이나 머리를 박는다.
차는 요동을 치는데 별은 그 자리다.
저것도 별일까.
별이 너무 크다.
갑자기 검문소 같은 것이 나타났다. 아.. 이제 다 왔는가.
아니다...
또 한참을 간다.
드디어 저 멀리 불빛들이 보인다.
머나먼 길을 돌아 돌아 왔다.
8시간 이상 걸린것 같다.
입구에 마을 표지판이 있는 듯 했지만 피곤한 눈에는 더 이상 아무 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주변은 짙은 어둠과 함께 깊은 잠에 빠진 듯 고요하였고 우리를 반기는 것은 하늘의 별빛 뿐이다.
온누리가 너무 조용하여 모두들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Homestay라는 작은간판이 좁은 도로 가에 나즈막하게 달려있는 어떤 숙소에 차가 섰다.
문을 열고 내리니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엄습한다.
깊은 산속 추위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먼저 도착한 여행자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대부분 젊은 서양인들이다.
레게머리가 눈에 들어 온다.
여자인가... 아니다. 남자다.
'Welcom to Arabica' ... 숙소 이름이 Arabica인 모양이다.
너무 피곤해서 조금도 걷기 싫다.
식당 앞 조형물만 눈에 들어 온다.
십대후반의 금발머리 남자애가 뭔가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흘낏 보니 여행에 대해 노트하고 있는 분위기다. 저렇게 매일 매일 기록을 한다면 아주 유용한 자료가 될거다. 장난기 가득한 겉모습과 달리 기특한 청년이다.
피곤에 짓눌려 그대로 잠들려다가
내일은 새벽에 일어나서 그대로 출발해야 하기에 겨우 세면하고 크림만 잔뜩 발랐다.
방안 기운이 무척 차다.
싸늘한 느낌이지만 침대시트 속으로
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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