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 채취 장소에 한참을 있었다. 고맙게도 유황연기는 계속 위쪽으로만 올라간다.
연기 방향이 바뀌기전에 빨리 분화구 위로 올라가야겠다.
2,145m에 위치한 칼데라호에서 분화구 가장자리까지는 직선높이 241m이다.
오르막 길이고 험하지만 마음이 가벼워서인지 오르기가 힘들지는 않다.
새벽 하늘 빛이 점점 색을 달리해 간다.
그 사이로 쉬엄 쉬엄 사진도 찍고 주변도 살피며 올라간다.
밤길을 가이드해 준 청년과도 한 컷 했다.
어둠 속에서 동행했기에 얼굴도 몰랐었는데 초콜릿색 피부를 가진 귀여운 청년이다.
분화구는 해발 2,386m높이이다.
주변은 온통 회색 가득한 황량하고 메마른 모습이지만 모두 힘든 길을 올라왔기에 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냥 떠나기가 아쉬워 다시 또 호수를 돌아보고....
동녘 하늘이 밝아지면서 서서히 햇살이 산머리를 비춘다.
하얀 연기가 올라가는 하늘은 쪽빛에 가까운 푸른 빛을 머금고,
짙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분화구 저 위로 또 다른 봉우리는 아침 햇살을 받아 황금빛을 반사하고 있다.
정말 장관이다.
이런 광경은 높은 산 주변에서는 항상 일어나고 있는 건가.
이렇게 파아란 하늘을 만나고 또 아침 햇살에 변해가는 황금빛 산을 구경할 수 있다는게 무척 흐뭇하다.
이런 모습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힘들게 높은 산들을 오르는 모양이다.
저 능선 위에서 일출을 구경한 사람들은 어떤 광경을 보았을까
분화구까지 올라 왔다고 해서 모두 유황연기를 내뿜는 분화구 아래로 내려가는 건 아니다.
그냥 위에서 구경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떠나기가 아쉬워 이젠분화구 주변을 맴도는 사람들...
나 역시 힘들게 올라온 길을 내려 간다는게 안타까워 한참을 서성인다.
유황 기념품을 파는 사람과 촬영하는 사람도 있고
연인의 품에 안겨 감동을 함께 하는 사람도 있다.
새롭게 올라오는 사람들,
그 움직임에 기운이 느껴진다.
이젠(Gunung Ijen)의 정상은 2779m이다.
분화구에서 정상까지 가려면 또 상당한 높이를 올라가야 한다.
우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니까
블루파이어도 봤고....
칼데라호도 봤고...
햇볓에 반사되는 황금봉우리도 보고
분화구 아래 유황채취하는 것도 봤으니...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젠 산길에는 주인들이 따로 있다.
유황 운반하는 사람들.
무거운 유황을 지고 힘들게 산길을 오르내리며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우리가 편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빈몸으로 다녀도 허걱 거리는 이 높은 산길인데...
이들은 거의 80kg 유황을 운반하고 있다.
그것도 하루 2번씩이나...
맨몸으로 유황을 운반하는 저 등근육은 치열한 삶의 단면을 말하는 듯...
두꺼운 옷으로 온 몸을 감싼 우리의 모습이
왠지 초라하다.
구름이 발아래로 보이는 이 높은 곳에서 일하는 저들을 보면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든다.
아... 정말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
여기는 내가 걸어서 올라온 가장 높은 곳이 아닐까?
내가 고산병 증세로 올라가는 걸 포기하고 쉬었던 그 휴게소이다.
유황 운반 인부들은 여기서
자신이 가져온 유황 무게를 체크하고 전표를 받는다.
앞니가 빠진 채 환하게 웃어주시는 이 분의 연세는 66세이다.
유황을 운반하시는 분들 중에서 제일 고령자라고....
제일 나이 어린사람이 19세 청년이라고 한다.
이들은 너무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기에
어떤 단체에서 이들에게 장화와 방독 마스크를 지급해 주기도 했다고 한다.
올라 올때 그 힘듬을 상기하며
한 밤중에는 보지 못한 주변 모습을 보고 즐겼다.
우리가 내려 오는 아침시간에 올라가는 사람들도 꽤있다...
올라가는 표정을 보면
이 산길은...
누구에게나 힘겨운가 보다.
무거운 유황을 운반하는 데도 아저씨의 걸음은 역동적이다....
우연히 보게 된 몇 마리의 검은 원숭이.
아침 식사를 하는 중인데 우리때문에 방해를 받았다.
이 나무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니...
주거지가 이미 발각된 원숭이이다.
한대의 담배로 피로를 푸시는건지...
환하게 웃으시는 아저씨의 표정이 너무 정겹다.
이런 웃음을 자주 만날 수 있는 인도네시아 생활이 난 좋다.
아침 햇살인데도 그림자가 진하다.
산길 6km + 분화구아래 왕복m의 산행을 마치고 출발장소로 오니 아침 7시가 훌쩍 지났다.
새벽 1시에 숙소를 출발해서 한참 차를 타고 와서 다시 산행을 했으니.. 모두 피곤하다.
초라한 아침도시락 대용으로 뭔가 먹을 것이 없을까하고 여기 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허탕.
다시 Denny의 차를 타고...
브로모를 향해 출발,
이젠을 떠나는게 아쉬워..
산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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