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자카르타 노숙자를 위해 헌신하는 수녀님

새잔차 2015. 9. 4. 01:56

 

사람의 만남이란 참 이상하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에서 어학수업을 받으면서

한 수녀님을 우연히 만났다.

 

회색의 수녀복을 보는 순간 이 분이 한국에서 왔다는 걸 금방 눈치챘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며 인사 하였는데

그녀도 인도네시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 이곳 어학당에서 

현지어를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조금 이야기를 나누니 

나와 동향이란 걸 알았고

이야기 시간이 좀 더 길어지면서

비슷한 연배라는 것도 알고

뜻밖에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 동문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조회를 할 때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도 같이 들었을 것이고

쉬는 시간에 놀이를 할 때는 옆을 스쳐지나가며 놀았을지도 모를 사람을

그 학교를 다닐 때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수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수만리 먼곳으로 날아와서

이제서야

극적으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 오랜 시간동안 우리는 각자 무얼하고 있다가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나는 걸까

'첨밀밀'의 첫 장면이 떠 오른다.

 

반가운 마음에 함께 한국식당으로 가서 식사도 했지만

그 후로는 자주 보지 못하고

전화로 소식만 전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내가 인도네시아를 떠날 즈음에

다시 만났다.

 

 

복잡한 거대도시 자카르타에서 어디를 찾아 가는게 쉽지 않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불러 탔다.

수녀님이 알려준 주소를 기사에게 주었지만 그 지역을 잘 모르는 듯했다.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전화를 걸어 묻고 다시 묻고하는 과정을 거쳐 겨우 도착했다.

 

 

 

 

 

한적한 주택가에 수녀님의 처소가 있었다.

평범한 일반 주택이다.

주변 분위기는 아주 조용하다.

수녀님이 살고 있으면 이곳이 곧 수녀원인 것이다.

 

내겐 첫 수녀원 방문이 된다.

실내는 단출하고 입구쪽에는 화분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전에는 필리핀에서 온 수련수녀 한사람과 있다고 했는데

이제는 식구가 좀 더 늘었다고 한다.

 

 

차 대접 받으며 실내를 둘러보다가 시선이 멈추었다.

입구 쪽에 놓인 보따리들...

뭘까...

나의 궁금한 마음이 전해졌는지 수녀님이 설명해 주었다.

 

 

인도네시아 노숙인들에게 전해 줄 음식들이라고 한다.

수녀님은 인도네시아에서 여러가지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자카르타 빈민지역 노숙자들에게 도시락을 전하고 있다.

처음 시작 할 때는 너무 위험한 지역이라고 주변에서 많이 말렸다고 한다.

수녀님도 걱정되어서 어떻게 할까하고 오랜 갈등을 하다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주님께 기도하면서 용기를 내서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무슬림들이 거의 90%나 되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카톨릭 수녀복을 입고 있는 자체도 편안하지 않다.

하루 다섯번이나 알라를 외치는 아잔소리가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온 사방에서 큰 소리로 난리를 치는데

수녀복을 입고 노숙자들이 많은 위험지역으로

외국여성이 접근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있다.

 

마음 한 곳이 저린다.

힘든 일을 하면서도 기뻐하고 감사해 하는 수녀님의 모습에서 나자신을 돌아본다.

 

요즘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인지 

이제는 그들도 처음과 달리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예수님의 사랑이 느껴진다.

 

 

 

예배드리는 공간을 보여주는데

엄숙하면서도

편안하다.

 

예배실 분위기가 개신교 예배실과 조금 다르다.

태백에 있는 예수원 분위기처럼 정갈한 느낌이 든다.

 

예배실 의자에 앉아

한동안

기도 드렸다.

 

 

 

 

 

둥근 계단이 지니는 조형미가 상당하다고 생각하며 내려오는데

벽면의 글이 눈에 들어 온다.

 

 

작은 꽃 장식이 글과 어울려 그 의미를 더 잘 전할 것 같다.

 

 

 

 

자카르타를 떠나기전

수녀님과 헤어짐이 몹시 아쉬워 기념 촬영을 했다.

 

 

보고 싶네요...  수녀님.

 

그때 찍은 사진을 이렇게 공개해도 될지... 걱정되고 송구스런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