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사람 김윤겸(金允謙)은 영남 지역의 명승지를 유람하면서
그 모습을 『영남명승기행사경첩(嶺南名勝紀行寫景帖)』(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에 그려 놓았다.
그 속에 부산 몰운대(沒雲臺)가 그려진 그림이 있다.
이 그림을 그린 김윤겸은 숙종 37년 (1711)부터 영조 51년(1775)까지 살았던 분인데
명문 집안에서 태어 났지만 서얼로 태어나 큰 벼슬은 하지 못한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경치 좋은 곳의 그림을 많이 남겼다.
옛사람이 멋진 경치라고 생각해 그림으로 남긴 곳이라니..
그곳은 어떤 곳일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곳을 가 보게 되었다.
추운 겨울날, 인도네시아에서 온 지인을 만나러 부산으로 갔다.
그녀와 만나 길게 나있는 낙동 강변을 따라 드라이브 했는데
을숙도 부근을 지나 계속 가다보니
그 길 끝에 몰운대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마음이 동한 그녀와 난 자연스럽게 그곳을 향해 가게 되었다.
일년내내 뜨거운 열기 속에서 땀흘리며 살아 온 그녀였는데
차가운 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아주 추운 겨울날
우리는 몰운대를 거닐었다.
얼마나 멋진 경관이기에
옛사람이 여기를 화폭에 담았을까
걸어가는 내내 속으로 상당한 기대를 했다.
올라가는 길에 '갈맷길' 이란 표지판도 보였다.
아마도 여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길인가 보다.
안내판을 따라 전망대를 찾아 갔다.
바닷가 주변은 나무 데크로 잘 정비가 되어 있어서
필시 조망하기 좋은 곳에 정자나 관망대가 있으리라 생각 했는데..
막상 멀리 경치를 바라 봐야 할 자리에 오니 앞은 막혀있고 그냥 낮으막한 돌벤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여기가 정말 전망대인가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아 이리저리 찾아 봐도 다른 설치물은 없다.
여기가 군작전 지대여서 인가
생각과는 다르다
너무 큰 기대를 한 건지
눈 앞에 보이는 모습은 여느 섬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등대가 있는 섬이 쥐도, 우편의 작은 섬은 동호섬, 좌편은 동섬이라고 하는데
김윤겸이 어떤 지점에서 보고 그렸는지
실제와 맞추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으리다.
원래 그림 세계는 주관적이니까...
김윤겸의 그림을 다시 들여다 본다.
그림 속 몰운대는 참 아름답다.
넘실대는 파도 속에서 무심한 듯 바다를 바라보는 두 인물이
어쩌면
오늘 이곳을 찾아 온 우리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몰운대는 바다에서 배를 타고 바라보면
학이 날아가는 형상이라고 하고
몰운대(沒雲臺) 이름은
안개와 구름이 많아 섬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은 배 타고 보는 풍경도 아니고
안개낀 분위기도 아니어서
이름에서 느껴지는 풍광은 다가오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여기서 바라보는 일출이나 일몰이 멋지다고 하니
다음을 또 기약해 보고 싶다.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은 따뜻함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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