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여행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여행 : 쁘람바남(Purambanan) 식당 무슬림할머니

새잔차 2014. 8. 22. 22:24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을 때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안내를 겸해서 여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여러번 방문한 곳도 다시 가야 해서 어떤 때는 그곳까지 모시고 가서는

관광지 안으로는 들어 가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는 일도 있다.

 

족자의 힌두교 사원인 쁘람바난(Purambanan) 사원도 벌써 여러번 갔다.

이곳은 입장료도 만만치 않아 손님들을 안내하고는 밖에 혼자 남아 주변 상점들을 구경 할 때가 많다.

이곳의 가게들도 우리나라 관광지 처럼 모두 비슷비슷한 물건을 팔고 있기에 사실은 관심있게 살필 것도 별로 없다.

 

날씨는 덥고,

기다리는 장소는 마땅치 않고...

들어간 사람들은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나온다.

사람들이 나오는 곳 부근에 앉아 

어딘가에 정신을 집중하려고 주변을 살펴보니...

 

빨간 꽃무늬 옷을 입은 할머니 한분이 주변을 왔다 갔다 한다.

나이도 있으신 듯 한데 흰바탕에 빨간색 꽃무늬 옷을 입고 있다니...

대단한 자신감이란 생각이 들어

호기심이 갔다.

 

머리에 질밥이라는 수선을 착용한 것을 보니 무슬림 할머니이다.

 

 

한동안 그 할머니를 관찰해 보니 

그 분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식사를 만들어 판매하는 분이었다.


한 손에 누런 종이를 펴고 밥이랑 반찬을 넣어 싸주는

능숙한 손놀림을 보니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오신 분인 것 같다.

연륜이 있는 분이라

어떻게 손님을 접하며 장사를 하는지 궁금도 하고 해서 한참을 살펴보았는데...

여러 명의 손님을 대하는 할머니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냥 일만 하고 있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일한다.

손님을 바라 봐도 한 번의 미소도 없다.

 

 

이 할머니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질밥을 착용하고 있는 무슬림 할머니들의 표정이 거의 동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인 나의 눈에 어떤 차이가 보이지 않아서 인가...

그들에게서 거의 같은 느낌을 받는다.

 

젊은 여성이 질밥을 착용한 모습은 예쁘게 보이기도 한다.

환하게 미소지으며 웃는 모습이라든지...

수줍은 듯 쳐다보는 그들의 모습들이 무척 정답게 느껴지는데...

 

 

왜 할머니들의 표정에서는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나이든 할머니들이 질밥을 착용한 경우에는 그들의 표정이 냉담하고 어둡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동일하다.

거의 웃음이 없는 메마른 얼굴이다.

생활이 너무 각박해서 인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국의 할머니들의 표정을 떠올려 보면

시골장에서 물건을 파는 허리 굽은 할머니나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들도 각자의 표정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나이가 지긋하면서도 부유층인 사람이 질밥을 착용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대부분 생활이 힘든 사람들만 만난 것인가.... 

 

그런데 비슷한 연배의 무슬림 할아버지들의 표정은 조금 다르다.

어둡지 않다.

그들은 생활이 곤궁해 보여도 표정은 무표정하지는 않았다.

웃음을 지니고 있고

타인에게 친절했다.


남성 중심의 사회가 바탕이 되기 때문인가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일정 계층의 사람들이었다면...

이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이전에 만난 주변 사람들과는 차이가 있는 폭 넓은 계층의 사람들을 접한다.


어떤 이는 부엌도 없는 집에 살고 있고

6명이나 되는 가족이 단칸 방에서 지내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거실이 4개나 되는 큰 집에 살기도 한다


가끔은 내가 이들에게 뭔가를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가지만

한참 지나면

내가 베푼게 아니라 그들이 나에게 베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극히 사사로운 얼굴표정 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 지을 수 없다.


사실 시장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은 자기들끼리 통하는 자바어만 사용한다.

공용어도 서툰데 그 어려운 자바어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엔 형식적 미소가 나타나고 멍청해 지는게 사실이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수단은 멋쩍은 얼굴로 보내는 눈웃음과 숫자를 나타내는 손짓이 다이다.

이것으로 통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때는 좀 힘든 부분도 있지만

내가 가진 표정 속에 내 삶이 있듯이 그들이 가지는 표정 속에는 그들의 삶이 있다.

웃음과 미소를 서로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통해 삶도 나누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으리라.


각자 자신의 환경과 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기에...

다양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문득 문득 나의 경계가 넓혀진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이 그저 감사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