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겨울여행을 하면서 예천 회룡포를 거쳤다.
이 지역은 경북에서도 내륙 깊이 있어서 특별하게 마음을 내지 않으면 좀처럼 오기 어려운 곳인데
특이한 물도리 지형이 유명하다고 해서 온 것이다.
내비게이션으로 회룡포를 검색하여 왔는데
가깝게 오니 도로 여기저기에 회룡포라는 이정표들이 너무 많다.
회룡포, 회룡포마을, 회룡대.. 길마다 각기 다른 표지판 투성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과 표지판의 안내가 서로 달라 어디로 가야 할지 혼란스럽다.
다시 폰으로 검색 해 보니
회룡포 마을로 가는 것과 전망대로 가는 것이 다르게 나온다.
물이 굽이치는 전체 지형을 조망하려면 전망대가 있는 장안사라는 절 쪽으로 가야 한단다.
농로 같은 작은 길에도 표지판이 붙어 있어
너무 많은 표지판 때문에 초행인은 오히려 혼란함을 느낀다.
불안한 마음으로 겨우 장안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오니 미리 주차해 있던 다른 차에서 한 아저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온다.
'여기가 회룡포 가는 곳이 맞냐'며 묻는데 이 분도 초행인가 보다.
주변을 돌아보니 장안사로 가는 표지판만 보이고 다른 안내는 없다.
주차장 매점도 문이 닫겨 있고 누구에게 물을 수도 없었는데 우리 차가 주차하니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 많은 표지판이 정작 있어야 할 곳에는 없는 건 아닌지
우리를 따라 올라오는 그분들과 함께 절 위쪽으로 올라가니
그제서야 회룡대 안내판이 나온다.
강바람을 맞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니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만드는 물도리 지형이 눈 앞에 나타난다.
정말 육지 속의 섬마을이다.
주변이 모두 하천으로 막혀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오지마을이다.
회룡포마을을 감고 도는 이 하천의 물들은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에 있는 선달산(1,236m)에서 발원하여
영주를 지나고, 예천을 지나 흘러 흘러 오는 거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흘렀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곡선을 만들었는 건가.
폰에 물도리 지형을 다 넣기는 아무래도 역부족인것 같다.
그냥 눈으로 담아 본다.
겨울철 나무들은 시야를 방해하지도 않고 자신을 장식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가식없이 드러난다.
저 멀리 신음리에서 회룡포 마을까지 연결되는 야트막한 산들은
마치 용의 꼬리처럼 마을을 감싸고 있고
내성천의 모래 사장들은 마을의 평화로움을 만든다.
그런데 마을 건너편인 이곳 비룡산 전망대서 회룡포 마을을 지켜보니 좀 안스럽다.
온 사방이 강으로 막혀 마을 자체도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마을 안에 보이는 비닐하우스나, 자극적인 빨간색, 파란색 지붕이 눈에 거슬린다.
자연지형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 마을과 별 차이 없는 전경이다.
아쉽다.
다른 지역과 차별되는 뭔가... 스토리텔링 되어진 어떤 게 있었다면 하는 마음이 든다.
저 완만하게 굽어진 하천의 곡선과 함께
느껴지는 마을의 소박함과 정겨움에 감동되어
다시 저 마을 가까이로 가서 그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나오도록 만들 수는 없는가
좀 더 소담한 마을이기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인가
사람들이 왜 이곳을 오는지..
와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를 이 지역민과 관청이 알면 좋겠다.
이 지역은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인데도 용궁면(龍宮面)이라는 재미난 지명도 갖고 있다.
회룡포와 용궁은 서로 연관된다.
자연지형도 살리면서
이 지방의 재미난 이야기가 그 안에 숨어 있다면
여기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더 감동하고 또 찾아 올 수 있을 것인데...
회룡포가 그런 마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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