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밤거리를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데 멀리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있다.
화려한 모습으로 타이페이 밤거리에 우뚝서 있는 저 건물,
차창 밖을 보면서
아련한 옛 기억들을 떠 올려 본다.
台北圓山大飯店 The Majestic Grand Hotel, 台北市, Taipei, Taiwan
젊은 시절 어느날,
생애 처음으로 해외 자유여행을 한 그때,
돌아다닌 나라 중 하나가 대만이다.
타이페이에 친구가 있어서 여행도 할 겸 간 것이다.
홍콩을 거쳐 가면서 거기서 전화를 했어야 했는데 외국에서 외국으로 국제전화 하는 것이
당시에는 쉽지 않아서 친구에게 도착 일시를 알려 주지도 못한채 입국했다.
중국어도 모르고 긴장된 상태로 대만에 도착했기에 어떻게하면 서로 이름도 지리도 잘 모르는 이곳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유명 호텔을 숙소로 정해야 친구가 쉽게 찾아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바로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였다.
나중에 이 호텔을 쉽게 찾아 온 친구는
내가 아주 고급호텔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하며
이곳에서 숙박하는 건 보통 사람에게는 아주 호화롭고 비싼 수준이라고 알려 주었다.
비싼 숙박비를 지불했다고 해도 내가 머문 방은 이 호텔에서는 가장 싼 방이었다.
창문도 없는 방이여서 밖의 풍경을 보려면 실외로 나와야 했다.
그렇지만 고풍스런 중국 가구들이 실내에 놓여 있어 고급 호텔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고
식당에서 난생 처음으로 딤섬을 먹는 기회를 가졌다.
식당 테이블에 예쁘게 놓여진 수많은 종류의 음식들..
그 화려함에 놀랐다.
고급 중국 음식으로는 탕수육과 고추잡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중국음식에 이런 것도 있는가하고 속으로 무척 환호성을 질렀던 기억이 난다.
느끼한 음식으로만 생각했던 중국음식에 딤섬이란 음식류가 있다는 자체가
당시에는 놀라웠고
그 다양한 종류와 별별 모양과 풍부한 맛에 반해
음식이름으로 잊지 못하게 된 것이 바로 딤섬이었다.
호텔에서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또 하나 기억이 되는 것은
그들이 사용한 그릇이었다.
어쩌면 당시 대만 최고의 호텔이였을 텐데도 이가 빠지거나 금이 간 쟁반을 손님에게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일류호텔에서 이가 빠지거나 금간 그릇에 음식이 놓인다고 하면
단번에 웨이터를 불러 바꾸도록 항의했을 터인데도
그 친구는 중국인의 그릇사용에 대해 우리와 다른 문화적 성향을 알려 주었다.
비싼 호텔은 나름대로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 주는 모양이다.
이 호텔의 딤섬은 지금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언제 다시 한번 맛볼 기회를 만들고 싶다.
1952년에 설립된 이 호텔은
1968년에는 미국 Fortuns 잡지에 세계10대 호텔로 선정될 정도로 유서깊은 호텔이다.
14층 높이의 본 건물이 준공된 것은 1973년으로 건물 스타일이 중국의 전통적 궁전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여
당시에는 세인의 주목을 받으며 타이베이의 상징이 되었다.
1995년에는 호텔 개수공사 도중 화재가 나서 12층 이상이 전소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는데
1998년에 다시 예전 모습을 되찾아 영업을 재기하였다.
지금도 외국의 유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이 호텔은
오랜 세월동안 대만의 명소 호텔로 지금까지 이름을 이어오고 있다.
빛 바랜 앨범 속에서 그때 사진들을 찾아냈다.
모든 것이 변했다.
친구도 없고
젊음도 사라지고
도전의식도 사라졌다.
그래도 사진을 보니
행복하고 신났던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당시의 추억과 함께 새로운 열정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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