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못가를 걷는 오후

새잔차 2018. 3. 13. 02:58

 

며칠전 이었다.

 

친구들과 운동삼아 평탄한 산길을 걸었는데

내 걸음이 가장 뒤처졌다.

 

친구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앞장서서 걷고 있는데

나만 헉헉 거리는 몸짓으로

뒤따르기 바빴다.

 

 

 

느껴지는게 있어

따뜻한 햇살이 감미로운 날

일부러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서 좀 떨어진 물가로 왔다.

 

넓은 못이 있는 이 공원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못 가장자리에 굴곡이 여러개 있어

산책로를 따라 한바퀴를 도는데 보통 40분 이상이 소요된다.

 

운동 삼아 몇 바퀴 돌 심산으로 사람들을 따라 잰 걸음으로 못 주위를 돌고 있는데

물에 비치는 눈부신 햇살이 자꾸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전에도 걸었던 산책로인데

주변 경관이 새롭게 눈에 들어 온다.

 

 

 

 

겨울내내 계속된 가뭄으로

물을 얻지 못한 흙들은

그 고달펐던 흔적을 못가에 차곡차곡 남기고 있다.

메마른 색들이 던지는 잔잔함에

내 마음이 완전 빠져들었다.

 

 

 

 

 

앙상한 나무는

봄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새로운 생명을 표출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울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처량하게만 보였는데

봄이 오는

겨울 끝자락의 나무는  

줄기에서 묻어나는 활기가 주변마저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움터는 기운 그득한 숲속에서

따뜻한 오후 햇살이

나무들을 등 두드리며 어루만지고 있다.

 

 

 

 

물결 위로는 겨울이 지나가는 소리가 나고.

나무 사이로

겨울이 건너가는 자국이 보인다.

 

 

 

 

 

햇살 속에서 변해가는 주변 모습은

못가를 돌고 있는 나에게 큰 기쁨을 준다.

 

물가에 서 있는 나무들은

빛과 부딪치면

항상 이렇게 변하는 건가

 

 

 

 

 

 

오후 햇살 긴 여운 속에서 빛나는 나무들을

작은 의자 옆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다.

 

살며시 눈을 감고

코 끝으로 봄의 생동감을 느껴보기도 한다.

 

그리고는

또 걷다가 

물오르는 나무에 반해 그 주변에서 한참을 서성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산책에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점점 가벼워졌고

봄을 향한 내 마음은 벌써 빠른 걸음으로 저만치 앞장서서 가고 있었다.

 

 

 

 

 

 

 

 

운동하러 왔는데

봄 전령사들을 잔뜩 만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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