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도쿄는 아직 찬기운이 가득했다.
날씨는 춥고 비도 오고해서
실내에서 TV를 보며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도쿄TV에서 방송한 和風総本家「あなたの街の職人さん~福井編」
「당신 마을의 직인(職人) : 후쿠이(福井) 편」이다.
"후세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기술" 이라는 작은 제목이 더 눈길을 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중간에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오래된 전통 기능을 지닌 몇명의 장인들을
알려주는 그런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직접 손으로 칠기의 광택을 내는
마법의 손을 가진 장인은
81세의 허리 꼬부라진 부인과 함께
이 일을 무려 61년째 하고 있었다.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어
겉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장인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쇠로 된 작은 구멍을 통해 대나무를 직접 손으로
수도 없이 당기며 둥글게 깍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모습은
전통을 고수하며 연륜을 쌓아 온 인고의 시간이었다.
일본 전통종이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도구라는 걸 강조하며
소개 된 사람도 나왔는데
그는 종이 뜨기를 하는데 사용되는 촘촘한 대나무 발을 만드는 사람이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일본의 전통종이를 대형으로 만드는 사람이었다.
세로 2-3m 세로4-5m 정도의 엄청 큰 대형 종이는
종이뜨기로 만드는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함께 손잡이를 잡고 종이액을 부어가며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소개 된 사람들 모두는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그 지역에 오래 살면서 자신의 일을 해 온 사람들인데
지역 주민들이 추천한 보통 사람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일본에는
어느 지역에나 자신의 일을
오랫동안 계속 해 온
숨어 있는 보통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오랜 연륜을 지닌 직능인들에 대한
방송인가 했는데
마지막에 나를 놀라게 한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이들의 활동을 촬영한 동영상을
그 지역 고등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방송제작자가 고등학생들에게 질문했다.
전통을 지키는 직인들의 활동을 보면서 그 직업과 일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말해 보라는 것이다.
전통을 고수하는 직능인들의 열정과 활동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전통적 직능을 계승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겠구나 하고
단순히 생각했는데
그 다음 장면에는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의 반응을 촬영하여
다시 해당 직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전통을 고수해 온 선배와 전통을 이어 갈 후배,
그들이 서로 연결되어진다고 할까
과거와 미래가 소통되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젊은 학생들은 선배들이 하는 활동의 영상을 보며 다양한 말들을 했다.
긍정적인 말도 하고 부정적 말도 있었다.
방송에 나온 오랜 연륜을 가진 직능인들은
젊은 그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날카로운 평가에는 귀를 기울이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만면에 만족하는 웃음이 가득했다.
사진에 나오는 이 직인가족은
일본 전통종이를 만드는 가족인데
3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79세의 할아버지와 4대째 이어가는 48세의 아들,
그리고 5대째인 26세의 손주이다.
이렇게 한 집안에서 5대를 연결해 동일한 작업을 계속해
나간다면 그 기술적 숙련됨과 발전 상당한 수준으로 이어져 나갈 것이다.
상당히 인상적인 프로그램이어서
한국으로 돌아 와 다시 이 방송을 찾아 처음부터 다시 보았다.
일본의 전통은
오랜 시간 자신의 일을 계속하는 이런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일이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계승되고 연속되어 간다는 생각이
방송을 보는 내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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