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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차는 집

새잔차 2013. 3. 11. 12:22

 

 

최근에 내가 일하는 곳 부근에서 주택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매일 오가면서 그 모습을 보게 된다.

그 주택은 연립형 2층 주택인데 길가에 광고가 부착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세를 놓거나 팔려는 주택인 것 같다.

그 집들이 건축되는 상황을 보면서 여기 인도네시아에서는 집을 무척 쉽게 짓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지역의 집들은 대부분 지하층이 없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는 벽돌을 쌓고 벽을 세워 방을 나누고

벽돌로 방을 다 만들어 문틀을 끼우고 지붕을 올리면 공사는 마무리 단계다. 

내부 공사도 비교적 간단하다. 따뜻한 나라여서 내장재가 별도 없기에 시멘트 벽에는 페인트를 칠하고 바닥은 타일만 붙이면 끝이다. 주방이나 화장실에도 별다른 설비는 없다. 타일을 붙이고 수도꼭지만 달면 끝이다.

 

이렇게 쉽게 공사를 해서인지 이곳의 많은 집들이 우기에는 비가 새는 경우가 많다. 벽을 보면 천정에서 벽을 타고 물이 흘러내리는 흔적이 여기 저기 보인다. 또 습기 때문인지 바닥 부근에는 물을 머금고 있는 표시가 난다.  이런 상태가 오래 되면 벽에 칠해진 페인트들이 일어나고 벗겨진다.  우기에 문 닫아 놓은 집에 들어가면 그  습기 찬 냄새가 그대로 코에 확 느껴진다.

 

수마트라나 칼리만탄에 있는 동료들은 집에 비가 새서 주인에게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집에 습기가 차는 것은 당연지사고 비가 천정이 아니고 벽으로 샌다면 그건 다행이라고 할 정도란다. 그래서 여기서 집을 임대할 때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잘 살펴보고 집을 선택해야 한다.  별 문제가 없는 집이라고 생각해서 입주를 하면 우기 때나 비가 많이 혼 후에는 여기저기 바슷한 문제가 집에 발생한다.  왜냐하면 문제있는 집의 주인이 방수처리를 하거나 고치는게 아니라 단순히 새로 페인트 칠만 해서 표시나는 걸 감추고 세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주해서 살다보면 우기에 물기와 습기가 집안에 머물면서 벽들의 색은 여기 저기 변화가 생기고 바닥은 땅에서 물이 올라오는 흔적이 여기 저기 생기게 된다.  이럴 경우 우리는 주인이 입주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이들은 칠을 하면 새집처럼 깨끗해지고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에 우리와 시각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처음 이곳 생활을 시작할 때는 여기 사람들이 공사를 부실하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기에 이곳에 쏟아지는 폭우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이렇게 심한 비가 퍼붓는데도 여기에 집들이 무너지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이다. 비가 엄청 쏟아 질 때는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다. 그 물들이 다 어디로 가는지 비가 그친 후에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한 폭우가 오고 내리는 시간이 길어질 때는 물이 잘 빠지던 마당도 빗물을 감당 할 수 없게 된다.  쑥쑥 빠지던 물 빠짐이 점점 느려지면서 물이 땅 위로 모이게 된다. 언덕지역 가정집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 저지대는 이미 침수상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심한 비가 오는 날,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들이 순식간에 거리를 하천으로 만드는 걸 보면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다.  만약 한국에 이 정도의 폭우가 온다면 여기저기 큰 사건들이 일어 날 것이다. 모든 도로와 동네가 침수되고 집들도 다 물난리를 겪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에서는 뉴스거리가 되고 그 후유증도 오래 갈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비가 그친 얼마 후에는 언제 비가 그렇게 많이 왔었냐는 듯 모든 것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그리고 침수 지역의 사람들도 잠긴 물이 빠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 계속 그곳에서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집들은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지만 그 많은 비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물이 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습기로 인해 칠이 벗겨져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 집을 새로 칠하고 수리해서 계속 살아간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경여건에 맞게 집을 짓고 그곳에서 살고 있다. 이들의 삶과 생활여건을 기후조건과 생활환경이 다른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